언론보도
현명숙 서예초대전 ‘춤추는 붓의 노래’
웅장하고 우아한 한글 궁체의 대가
현명숙 서예초대전‘춤추는 붓의 노래’
웅장하고 우아한 한글 궁체의 대가
30년 걸어온 서예 인생 결산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서편제’를 통해 많이 알려진 판소리 단가‘사철가’를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5.4m에 달하는 삼지에, 획을 시원하게 처리해 안정적이며 단아하고 정감이 느껴지는 목판본 평체인 여사서체로 쓴 작품이다. 이 외에도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의지가 숨어 있는 궁체로 쓴 ‘기미독립선언서(2m)’와 판본체로 쓴 ‘훈민정음(2.8m)’ 등의 대작도 선보인다.
오늘 10월 2일(수)부터 8일(화)까지 한글서체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현명숙 서예초대전 -춤추는 붓의 노래’가 노원문화예술회관 4층 노원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노원문화재단(이사장 김승국)이 주관하는 한국문화예술회관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4인4색 명인전-춘하추동’의 가을 전시이다.
노원서예협회 현명숙 회장은 한글서예연구에 매진해온 궁체의 대가로, 우아한 궁체를 잘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추사서예대전 한글부분 대상, 대한민국 부채예술대전 서예부분 대상, 한국전통서예대전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만 국제서예휘호대전, 남북코리아 국제미술교류전에 참가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총 55편의 작품이 출품되는 이번 전시준비를 위해 현명숙 회장은 종이, 선문(選文 문장을 골라 뽑음), 서체, 도록(圖錄) 등 모든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웅장한 대작이 많다는 점이 다른 전시와 차별된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영국의 팝아트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전을 봤는데 대작이 많았다. 한글작가들은 대부분 큰 작품을 안 한다. 그래서 욕심을 냈고 글에 맞는 서체로 쓰게 됐다. ‘사철가’는 궁체 정체나 흘림체로 써보고 먹물로 그린 하늘에 해와 달을 그렸다가 달만 그려 넣는 등 무려 6회의 재작업, 총 60시간이 걸려 완성한 작품이다. 기미독립선언서는 글자 수가 많아 10시간 걸려서 썼다.”
종이는 삼종이(삼베종이)를 이용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이후 13년 만에 초대작가가 되자, 천년 가는 한지로 작업을 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남 보성의 종이전문가인 이찬식 선생님이 협찬해준 삼종이로 작업을 했다. 한지보다는 염색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글은 잠언과 경전 구절, 시 등 좋은 글을 고루 골랐다. 작가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유안진씨의 수필 ‘지란지교를 꿈꾸며’로 한지에 전통 궁체로 쓴 작품이다. “한글은 내용을 전달하기 쉬워서 좋다. 사위가 태아인 손자에게 쓴 글도 켈리그라피로 자유롭게 써서 출품했다. 죽간에 쓴 ‘독일 어떤 노인의 시’는 마지막 내용이‘쿵’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합장만은 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이 번역한 글이다.”
작품이 크다 보니 도록도 가운데 날개를 달아 펼쳐볼 수 있도록 했다. 붓을 잡은 지 30년 된 현명숙 회장은 30대 중반이던 88년, 한글서예 선구자인 이지연 선생을 만나 예술의 전당까지 가서 배웠다. 2시간 수업하기 위해 3시간 차를 타는 여정이었다.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면 잠을 안 자려고 블랙커피를 한 사발 마시고 공부했다. 이지연 선생님은 호랑이 선생님이었다. 글씨에 대해선 시어머니보다 더 무서웠다. 밥도 굶고 썼다. 굶는 걸 육체가 감지 못하고 작품이 다돼서야 밥을 안 먹었구나 했다.”
현명숙 회장은 출품작업을 하느라 7월부터 추석 연휴 때까지 104마을 예술창작소에서 저녁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쪽잠을 자면서 글씨를 썼다. 나이 생각을 하고 후회도 했다. 혼자라 무섭기도 했다. 깜빡 졸다가 실수로 행 가운데 부분을 비워서 그 부분을 전각을 파서 찍었더니 훨씬 더 예쁘다고 말하는 전화위복의 작품도 이번에 걸린다.
“내가 해보고 싶은 역량을 다 발휘해보고 싶었다. 30년 걸어온 서예 인생을 결산 보는 마음으로 작품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였기에 보시는 분들이 흡족하면 좋겠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준 노원문화재단 김승국 이사장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