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2025년을 보내고 2026년을 맞이하기까지의 짧은 며칠.
달력 위에서는 아주 단순한 넘어감일 뿐이지만,
우리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다른 울림을 만든다.
무언가 끝나고,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그 사이에서
시간은 살짝 느려지고 공기에는 얇은 떨림이 내려앉는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묘한 틈, 경계의 문턱에 서는 순간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말하는 ‘문턱’은 발을 디디는 입구가 아니라,
지금의 나와 다음의 나를 가만히 가르는 심리의 간격에 가깝다.
익숙한 하루의 흐름을 잠시 멈추고,
선로 옆 숲의 가장자리에서 버섯들이 피고 자라나는 생명들의 숨결을 따라 천천히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을 떠올려본다.
연말이 되면 누구나 마음속에 작게 품게 되는 환상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다림, 은근한 기대,
아직 모양을 알 수 없는 미래의 방향,
말로는 다 닿지 않는 미지의 가능성들.
전시는 이러한 감정의 얇은 층위를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경춘선숲길 갤러리 앞에 놓인 입구 조형물들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초대의 징표다.
그 앞에서 관람객은 스스로 ‘이상한 초대장’을 받아들이는 순간을 마주한다.
잠시 다른 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
나의 속도를 내려놓고, 새로운 감각들을 허용하며
조용히 마음을 열어보는 시간이다.
이 전시를 통해 각자가 품고 있는 사적인 여정이
다른 빛으로 비춰지기를 조심스레 기대한다.
운영기간: 2025. 12. 16.(화) ~ 12.31.(수)
운영시간: 화 ~ 금 14:00 ~ 20:00 / 토 ~ 일 12:00 ~ 20:00
※ 월요일 휴무
운영장소: 경춘선숲길 갤러리 (노원구 공릉동 29-4)
체험프로그램: 12/20 ~ 12/27 11:00 ~ 20:00